돼지고기 가격 담합이라는 기괴한 경제적 악재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순수미술 작가들의 삶과 작업실까지 침투하여 그들의 목을 죄어오는 현실은 희극적이면서도 지독하게 비극적이다.
유통업계와 축산업계 일부의 비윤리적인 담합이 초래한 서민 물가 폭등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예술 생태계 하단에서 창작의 불꽃을 태우는 순수미술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생존의 위기로 다가온다.
상식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돼지고기 담합'과 '순수미술 작가의 애환' 사이의 밀접하고도 아픈 사연 3가지를 짚어본다.
1. 예술가의 영혼을 지탱하던 마지막 섭생(攝生)의 붕괴: 가성비 단백질의 상실과 영양 불균형**
순수미술 작가, 특히 전업 작가의 삶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과의 지루한 싸움이다. 작품이 판매되기 전까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작가들에게 식비는 언제나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지출 항목이다. 그동안 소고기나 고급 식자재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배고픈 작가들에게 돼지고기 뒷다리살, 앞다리살, 삼겹살 등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된 육체 노동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가성비 단백질원'이자 영혼의 안식처였다.
그러나 기업들의 돼지고기 가격 담합으로 인해 돼지고깃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작가들의 식탁에서 마지막 남은 고깃점마저 사라졌다. 대형 화폭을 채우고, 수십 킬로그램의 조각 재료를 나르며, 온종일 붓을 잡아야 하는 순수미술은 극심한 육체적 에너지를 소모하는 노동이다. 담합으로 인한 단백질 공급원의 상실은 작가들의 극심한 영양 불균형과 체력 저하로 이어진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라면이나 저렴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연명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고, 이는 곧 작업 집중도 저하와 창작 의욕 상실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기 한 점 마음 놓고 먹지 못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예술가로서의 자괴감을 더욱 심화시킨다.
2. 작업실 옆 대포집의 소멸과 예술적 교류·연대의 단절**
순수미술 작가들에게 작품 활동은 고독한 작업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료 작가, 평론가, 전시 기획자들과 선술집이나 대포집에 모여 저렴한 돼지 부속 구이나 돼지국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예술론을 논하고,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며, 전시 아이디어를 모으는 행위는 예술적 영감의 온상이자 생존을 위한 정신적 연대였다.
돼지고기 담합으로 인한 원가 상승은 작가들의 단골 안식처였던 대학가와 예술촌 인근의 저렴한 돼지고기 선술집들을 연쇄 폐업으로 몰아넣거나 가격을 대폭 인상하게 만들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작가들은 더 이상 동료들과 모여 싼값에 돼지고기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담소를 나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예술적 담론이 피어오르고 서로의 피로를 씻어주던 소통의 장이 사라지면서
작가들은 각자의 작업실에 고립된다. 담합이 가져온 외식비 상승은 단순한 식문화의 변화를 넘어, 가난한 작가들이 서로를 보듬던 고유의 예술적 커뮤니티와 연대의 문화마저 해체해 버렸다.
3. 미술 재료비 압박으로 인한 표현 방식의 강제적 축소**
돼지고기 담합으로 인한 물가 불안은 비단 식비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축산물 유통 물가의 왜곡은 전반적인 1차 산업 및 소비재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미술 재료 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된다.
캔버스, 유화 물감, 석고, 흙, 용제 등 순수미술에 사용되는 필수 재료들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면서, 가뜩이나 식비 지출 증가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작가들은 재료비 마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결국 작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비전과 스케일을 강제로 축소해야 하는 비극에 직면한다.
대형 화폭에 과감한 터치를 시도하려던 유화 작가는 물감값을 아끼기 위해 소품 위주의 작업으로 전환하거나 물감을 얇게 바르는 방식으로 타협한다.
조각가는 고가의 석재나 금속 대신 폐자재를 주워 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돼지고기 담합이라는 그릇된 자본의 탐욕이 결과적으로 작가의 순수한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마저 경제적 잣대로 제한하고 크기를 줄이게 만드는 잔인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